성과 없는 연차는 의미 없다, 롯데 직무급제를 받아들이는 목소리
“이제 회사가 진짜로 우리 일을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서울 잠실, 롯데지주 본사 사무실. 10년 차 대리 박지훈(가명) 씨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최근 롯데는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해 ‘직무급제’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씨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Q. 직무급제 도입 발표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박지훈 대리: 처음엔 솔직히 불안했어요. 지금껏 연차로 급여가 쌓여가던 구조에 익숙했거든요.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보니 ‘아, 이게 맞는 방향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결국, 내 일의 가치를 평가받고 보상을 받겠다는 거니까요.
롯데는 현재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6개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시범 도입한다. 기존의 연공서열 구조에서 탈피해, 직무의 중요도·난이도·성과를 기준으로 임금 체계를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Q. 회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세요?
박 대리: 요즘 회사에선 “MZ세대는 오래 못 버틴다”는 말이 나오곤 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은 성과와 무관하게 승진하거나 월급이 올라가는 분위기였잖아요. 그게 오히려 젊은 직원들에겐 불공정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회사도 이제 그걸 인식한 거죠.
롯데는 이미 몇 년째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인건비 구조를 손질하고, 유능한 인재를 붙잡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Q. 실제로 바뀌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 대리: 가장 큰 변화는 ‘일의 정의’가 명확해진다는 거예요. 예전엔 누가 뭘 하는지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모든 직무가 정식으로 정리되고, 책임 범위도 분명해져요. 그리고 그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기본급도 달라지는 구조죠.
그는 말을 이었다.
“같은 직급인데, 누군가는 글로벌 파트너랑 협상하고, 누군가는 보고서만 정리해요. 근데 연봉이 같았죠. 이제는 달라지겠죠.”

Q. 조직 분위기도 변할까요?
박 대리: 물론 시간이 걸릴 거예요.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실행이 엉망이면 불신만 생기니까요. 직무 평가 기준이 얼마나 공정하냐, 그걸 얼마나 투명하게 공유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요. ‘이제 회사가 일을 기준으로 사람을 본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줬다는 점이에요.
그는 “지금은 시행 초기이니 혼란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롯데
롯데의 직무급제 도입은 단순히 급여 체계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존재 방식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의 시작이다.
연공서열 중심 문화에 균열을 내고, ‘실력 있는 인재’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하느냐가 기업의 철학을 보여주는 척도다.
롯데는 그 철학을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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